본문 바로가기
즐거운/문화>영상

노래에 딸린 주접댓글들 ㅋㅋㅋㅋㅋ

by 슈키얌 2020. 12. 10.
728x90

 

주접 댓글

더보기

매서운 겨울 바람이 코 끝을 찡하게 얼렸다. 
다시 한 바탕 몰아친 거센 바람은 지원팀 요원들을 움츠러들게 했다. 기능성 옷 한 겹에 와이셔츠와 자켓. 요원의 유니폼과도 같았지만 가끔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롱패딩으로 무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지금처럼 모든 걸 얼리는 날씨에는 특히 더. 

“위치가 어딘지 정확히 말씀해주십시오”

통행이 끊긴 새벽의 을지로, 그나마 돌아다니던 시민과 취객까지 전부 구역 밖으로 몰아내고나니 유령 도시같은 썰렁함이 감돌았다. 치지직. 여보세요 안 들립니까. 여주의 뒤쪽에서 열심히 무전을 치던 요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무전기의 노이즈가 텅빈 도시를 울렸다. 

“저 실장님, 요청조와 연락이 닿지 않아서 잠시 대기하셔야겠습니다.”

여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윗선에 올라갈 보고서를 작성하던 중에 무방비 상태로 끌려왔지만 불만은 없었다. 
‘S가 실장님을 찾는답니다. ’ 그렇게 말하는 부하직원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게 심각했고, 여주는 그 반반한 빌런놈이 또 일을 냈구나 싶어 별 말 없이 노트북을 덮었다. 이번엔 무슨 일일까. 요원들 사이에 몸을 구기고 이송되다시피 텅빈 을지로까지 끌려왔지만 자신을 찾는다던 S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지원팀입니다. 대답하십시오.”

한 편에서 시끄러운 무전기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몇몇 요원은 금융사의 거대한 동상 아래 기계를 늘어놓고 요청팀의 위치를 찾아내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은지 애를 먹고 있었다. 여주는 시큰한 코끝을 쥐며 불이 꺼진 주변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전파방해는 보나마나 S의 짓이겠지. 빽빽한 빌딩숲 어딘가 숨어서 오도가도 못 하고 자신이 불러주길 기다리는 모습을 즐기고 있는것이다. 이해 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취향이었다. 그 사이 바람이 더 차가워졌다. 별다른 수가 없었다. 여주는 짧게 한숨을 뱉으며 무전기와 씨름하는 요원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잠시 빌려주시겠습니까?”
“예? 하지만 지금 전파방해가…”
“압니다.”

요원이 못미더운 얼굴로 여주에게 무전기를 넘겼다. 여주는 어둑한 빌딩숲 어딘가를 훑으며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어디 계십니까? 춥습니다.”

여주가 코를 훌쩍거리며 무전기를 내렸다. 짧은 정적이 흐르자 옆에서 소용없다는 눈으로 지켜보던 요원이 무전기를 가져가려 손을 뻗었다. 순간 치직. 건너편의 신호가 잡혔다. 여주를 기다렸다는 듯 어딘가 성급하기까지 한 응답이었다. 

‘이런,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지. 빨리 와’

그때 위치를 추적하던 요원들이 신호를 보냈다. 여주의 무전을 받자마자 전파방해를 거두다니. 요원이 여주를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여주 역시 멋쩍게 뺨을 긁으며 무전기를 반납했다. 

빌딩과 빌딩 사이에 숨겨진 건물로 들어서자 거대하진 않지만 층고가 높게 뚫린 로비가 나왔다. 앞선 요원들이 사방을 경계하며 조용한 로비를 가로질렀다. 요원들의 인기척과 희미한 발소리가 로비를 채웠다. 건물 밖에서 대기하던 여주는 안전하다는 신호를 받고나서야 건물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과보호군. 그렇게 생각한 순간 팍! 건물 전체에 모든 조명이 켜졌다. 요원들은 물론 여주까지 경계하며 사방을 살폈지만 S나 그의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저 로비에 들어선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피냄새와 날이 선 기운이 요원들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뿐이었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시체가 없는데도 이렇게 냄새가 심하다니. 또 얼마나 죽인거야. 여주는 혀를 씹으며 천천히 요원들의 뒤를 따랐다. 여주 일행이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저절로 문이 열렸다. 에스코트라도 하듯 엘리베이터 내부에는 이미 최상층 버튼이 눌려있었다. 친절도 하시지. 여주는 CCTV를 조용히 올려다보며 미간을 구겼다. 카메라 너머의 누군가를 향한 시선이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엘리베이터는 최상층까지 빠르게 움직였다. 여주는 복잡한 심정으로 서울의 야경을 응시했다. 나랏밥먹는 공무원이 빌런 따위에게 휘둘리다니 그리 보기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몇달 전 미친 빌런에 의해 무고한 시민 수백의 생명이 달린 대규모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여주는 긴말 들을 필요없이 S겠거니 생각했다. 평소 성격이 난폭하고 성미가 더럽기로 유명한 S는 건물 몇 개를 순식간에 부수더니 여주를 호출했다. 데려오지 않으면 서울의 절반을 날려버리겠다는 말장난도 덧붙였다. 당시 오랜만의 숙면을 취하다 끌려나온 여주는 얼떨결에 서울의 절반을 구하고, 감당 불가능한 빌런 S의 폭주를 막은 유일한 인물이 되어있었다. 그게 계기가 되었는지 S가 심상찮은 낌새를 보이면 가장 먼저 여주에게 연락이 갔다. 처음에는 단순히 우연이었을뿐이라며 호출을 거절했던 여주였지만, 몇 번의 폭주를 더 막은 후에는 군말없이 응하게 되었다. 지금처럼. 

여주가 피곤한 눈을 어루만지는 동안 엘리베이터는 최상층에 도착해있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사무실 입구로 보이는 무거운 나무 문짝이 버티고 있었다. 저너머에 누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뻔한 결과였다. 여주는 두통을 느끼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때 치직, 모든 요원의 무전기가 동시에 작동했다. 

‘실장만 필요하니 나머지는 돌아가’

선두에 서있던 요원이 답을 하려는 듯 무전기를 꺼내들자 여주가 그를 제지했다. 보나마나 요원은 여주의 안전을 운운하며 함께 가겠다는 얘길 꺼낼테고 말이 끝나기 전에 로비에서 맡았던 피냄새를 코 앞에서 맡게 될 것 같았다. 요원이 잡힌 손과 여주를 번갈아봤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주의 단호한 답에 남은 요원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 가장 선두에 선 요원을 바라봤다. 모두들 그의 결정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여주는 더 말이 나오기 전에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그에 동조하듯 닫혀있던 엘리베이터 문이 요란하게 열렸다. 마치 빨리 타고 꺼지라는 듯 벌컥 열린 문이 신경질적으로 느껴지는건 기분 탓인가. 
결국 요원들에게 철수지시가 떨어졌다. 요원들은 끝까지 경계를 풀지 않으며 철수했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시끄러운 정적이 최상층을 가득 채웠다. 여주는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그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거운 문 앞에 서자 공기의 흐름이 변하는 게 느껴졌다. 로비에서 느낀 날이 선 분위기와는 다르게 어딘가 부드러운…
그때 천천히 문이 열렸다. 여주의 머리 위에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열린 문 틈으로 낯익은 구둣발이 보였다. 여주가 숨을 길게 뱉었다.

“왜 그런 장난을 치십니까. 안그래도 부르면 올텐데요”
“너도 즐겼잖아”

고개를 들자 반반한 빌런놈이 두 팔을 벌리고 서있었다.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휘어진 입꼬리가 ‘뭐해?’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여주가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마지못해 단단한 품을 끌어안았다. 
마디가 굵고 길다란 손이 기다렸단 듯 여주의 허리를 감았다. 익숙해지면 안되는 걸 아는데… 여주는 빠르게 스며드는 그의 향을 맡으며 그저 눈을 감을 뿐이었다.

 

더보기

하얀 담배와 대조적으로 붉은 너의 입술 사이로 연기와 함께 못된 말이 또 새어나온다.

“난 너같은 여자들이 제일 이해가 안가. 자존심이 없는건지 멍청한건지- ”

나는 또 한 번 비참함을 느끼며 바싹마른 입술을  힘겹게 떼며 대답한다.

“...어떻게 하면 날 동정해줄래..? 어떻게 하면 니가 날 조금이나마 신경써줄지 난 매일 수없이 고민해 근데 답이 안나와. 네가 알려줘. 네가 날 좀 살려줘.”

그는 흥미롭다는듯이 고개를 비스듬히 꺾으며 날 천천히 바라본다. 날 관통하는 저 장난스러우면서도 서늘한 눈길에 난 또 한 번 나락으로 떨어진다.

“음- 뭘 어떻게 살려줘야할까 이미 잘 살고있는 사람을 더 어떻게 살려주지? 먼저 죽여볼까? 그럼 니가 원하는 상황이 되려나-“
 
그는 싱긋 웃으며 말하다 손바닥을 뒤집듯 확 바뀐 표정으로 날 노려보며 경고한다.

“놀아주는건 여기까지야 내가 너한테 줄 수 있는 관심은 동정도 호기심도 아니야 그냥 찰나의 시선정도지. 알아들었으면 갈 길 가.”

그 말을 듣고 난 생각했다. 그 찰나의 시선도 쌓이면 관심이 되는거겠지. 나도 이젠 날 모르겠다. 시선을 끌기위해 애를 쓰는 어릿광대가 되는 수밖에. 나에게 두려운건 아슬한 줄이나 불기둥따위가 아니다. 난 그를 제일 두려워하며 동시에 갈망한다.

“그럼 그 찰나의 시선 좀 나한테 줘봐 온몸다해 즐겨줄게.”

(쨍그랑!!)
옆에 있던 유리컵을 손에 잡히는대로 던졌다. 그 리고 눈이 시릴정도로 반짝이는 조각위에 올라선 채 손목을 드러냈다. 날 싫어하는 너의 목에 선을 긋듯이 이 손목에도 선을 그을 작정이야 난.

“어 드디어 날 봐주네 그래 그 눈빛. 시선이라기엔 너무 길게 쳐다보는거 아닌가? 뜻밖의 선물이네- 아- 행복해라 너무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

그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날 노려보며 버티다 결국 나에게로 걸어온다. 항상 그랬듯이. 그래서 내가 널 안떠나는거야 넌 이빨없는 짐승이거든.

“할 짓이 그렇게 없어?! 도대체 뭐하는거야!!! 제길- 당장 내려놔.”

그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난건지 나에게 화가 난건지 모를정도로 혼란스러워 보였다. 날 끌어안은 넓은 품의 떨림이 달다.

“난 너같은 남자들이 제일 이해가 안 가. 자존심이 없는건지 멍청한건지. 자기가 한 말과 다르게 행동하잖아. 이제 그만 인정하고 날 마음껏 동정하고 증오하고 사랑해줘.”

붉은 피로 범벅된 바닥에 주저앉은 그의 품에 한참을 안겨있었다. 그리고 그는 푸른 새벽적막을 깨며 자기 자신에게 각인하듯이 말한다.

“난 니가 싫어. 죽이고, 죽고싶을만큼. 정말 싫어.”

난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래 그거면 돼”

 

더보기
툭, 진태가 현관 앞에서 끌고온 시체를 던지는 소리다. 
띠리릭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1년정도 계속 되는 이 상황이 어느정도 적응됐는지 인혁은 태연하게 수건을 건넨다. 

"또야? 어디 소속이길래" 

진태는 느긋하게 인혁이 준 수건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는다. 

"아~쟤가 나보다 더 먼저 보인거야? 서운하네" 
"됐고 어디 소속이냐고 뒷처리는 해야할 거 아니야"
.
.
.
작년까지 인혁은 그저 집에서 심심풀이로 해킹을 즐기던 해커였다. 
그러다 진태가 운영하는 사체업 회사의 정보를 털어 몰래 돈을 뺏어쓰는 일이 생겼고 그 일이 있은지 한달 후 편의점에 가던 길이었다. "야" 자신을 부르는듯한 소리에 인혁은 뒤를 돌아보려던 순간 진태가 휘두른 주먹에 맥없이 쓰러졌다.

 "아..짜증나게 쓰러지고 지랄이야.. 아직 때릴거 더남았는데"  
뒤늦게 정신을 차린 후 "야 너 뭐야 미쳤어? 다짜고짜 때리고 지랄이야 미친새끼가" 

인혁은 입에 고인 피를 뱉으며 소리쳤다.

 "생각보다 맷집은 좋나보네? 친구야 내가 너한테 당한게 좀 있거든" 진태는 넘어져있는 인혁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은 후 인혁의 턱을 잡아채며 말했다. 
"아 ㅅㅂ..! 아파 미친놈아 아프ㄷ.." 

진태는 인혁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갖다댔다.

“헤~ 역시 꽤 이쁘게 생겼네 방구석에 쳐박혀서 그런가 너 엄청 하얗다 맘에드네" 
진태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 나랑 어디좀 가자" 

인혁은 어이없다는듯이 말했다." 너같은 새끼랑 어딜가 꺼져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귀엽네ㅋㅋ 신고는 뭔 신고야 니 폰 여깄는데" 진태는 인혁의 폰을 흔들며 말했다.

동시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두명이 갑자기 인혁을 일으켜 세웠다.
 "얘 맘에 드니까 살살 다뤄. 아 근데 지랄맞으면 그냥 기절시키고" 
"이게 뭐하는거야? 안놔?? 놔 ㅅㅂ 놓으라고 " 
 "얌전히만 있으면 참 이쁠텐테 거슬리게 하네"   
'퍽' 소리와 함께 진태에 의해 기절한 인혁은 진태의 집으로 끌려간다.

"아..윽 머리야... " 인혁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인혁은 큰 셔츠 하나만 걸친 상태였다. 인혁이 같힌 곳은 네이비색 침대에 하얀 시트, 스탠드와 책상 그리고 침대와 같은 네이비색 소파 하나가 덩그러니 있는 방이었다.
"미친 뭐야 여기 어디ㅇ.."
"깼어?"
편한 차림이던 아까와는 달리 흰색 수트를 빼입은 진태가 방으로 들어왔다.

"미친새끼야 여기 어디야"
"너무하네 길에 버리고 올수도 있었던걸 데려와줬다고 생각은 안하나봐?"
진태는 씨익 웃으며 인혁의 다친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딜 만져 내 옷이나 내놔 변태새끼야"
"아 그건 내 취향이라 못바꾸겠는데?"

인혁은 자신의 발목이 족쇄로 채워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ㅅㅂ 장난하냐? 내 다리에 이게 왜 있는건데 아니 날 왜 납치한거야? 제대로 설명해"
침대에 걸터앉은 진태가 말했다. 
"설명? 그건 너가 해야될텐데, 너때문에 내 용돈에 구멍이 났거든"
"뭐? 뭔소리야 그게"
"니 잘난 머리로 우리회사 해킹해준 덕분에 내 용돈이 줄었다고"
진태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그거가지고 사람을 납치까지 한다고? 재정신이야?"
"원래 납치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 근데 너가 너무 예쁘더라고..생각보다 훨씬"
"미친 호모새끼.."
"조사해보니까 너도 호모던데 뭐, 나 인기 좀 많은 편인데 나 어때?"

솔직히 진태는 인혁의 취향대로 생기긴 했다. 여우같은 눈매에 입꼬리는 항상 올라가 있는, 슬림한 근육형 몸매에 185는 되어 보이는 큰 키. 인혁의 취향을 일부러 노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
"왜 말을 안해? 너무 맘에 들었어?"

인혁은 고개를 푹 숙여 빨개진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고 애썼다.
"...아니"

진태는 그런 인혁을 보고 웃음을 유지하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와 꼴리네 진짜.. 조금만 기다려 나 일 좀 하고 올게 배고프면 얘 불러"
진태는 방문 앞에 서있는 검은 수트차림의 한 남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다녀올게 이쁘게 기다리고 있어"

'쪽' 진태는 인혁의 다리에 가볍게 키스를 한 후 방을 나섰다.

"저....저게...미친.... 야!! 이거 풀어!! 풀으라고!!"

인혁의 외침에 진태는 살짝 뒤돌아보머 싱긋 웃고는 방문이 닫혔다.
.
.
.
그 후로 이틀 정도 지났을까 저녁 노을이 창문을 적셔오고 있었다.
인혁은 배급되는 식사를 이틀째 거부한채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

“먹어야 할텐데” 
아까 문앞에 서있던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가 말했다.
“그쪽이 안먹으면 내가 힘들어져요”
“그냥 버려요 먹을 기분 아니니까”
‘여기는 무슨 떡대들밖에 없어..’ 인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갑자기 검은 남자가 인혁에게 다가왔다.
“방금 내 몸 보고 감탄한건가?”
짙은 눈썹을 찡긋 움직이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인혁을 응시하는 검은 차림의 남자
“당신 뭐야, 그 새끼 꼬붕 아니야?”
“하ㅋ... 눈이 달렸으면 봤을텐데? 내가 서진태를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뭐..?”
.
.
.
생각해보니 확실이 이상했다. 부하라고 하기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그을린 피부, 짙은 눈썹 무쌍의 삼백안인..
자세히 보니 아까 문앞에 서있던 남자가 아닌 그 옆에 있던 남자 같았다.
.
.
.
“당신 뭐야.. 여기 사람 아니지”
“눈치는 빨라서 좋네”
“암살자...? 스파이..? 뭐야 당신..”
“그냥 너랑 같아 여기 있고 싶지 않은사람. 아 근데 그쪽은 억지로 온거고 난 의도한거지”
“이걸 나한테 말하는 이유가 뭔데..?”
“너, 서진태가 한달 전 부터 지켜보던데 몰랐나 보네? 나도 슬쩍 옆에서 보기도 했어.. 그냥 정감이 가서 그런가 그냥 말하게 되네?”
“미친.. 또라새끼들...”
“왜 걔랑 나랑 엮어서 말해 기분 좀 더러워지는데”
“......”
“나랑 같이 나갈래? 서진태 죽이고”
“미쳤어..? 사람을 죽이자니”
“아니, 죽이는건 내가 죽이고 넌 내옆에만 있으면 돼”

 

더보기
어느 순간 눈을 뜨니, 나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어질한 머리를 붙잡고 어둡기 짝이 없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니, 내 발목 위로 얇고 긴 체인이 감겨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무슨 어이없는 상황인가. 나는 분명 오랜만에 만난 내 연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찰나였는데. 



“예쁘네.”

순간, 내 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방, 작은 빛이 스며드는 곳에 그가 앉아있었다.
 
턱을 괸 채, 무심코 내뱉었다는 듯, 야릇하게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그의 모습은 내 분노를 녹이기 충분했다. 

아니, 녹이다 못해 내 음심을 자극했다.



선은 네가 먼저 넘었으니-


“그래? 이러면... 더 예쁠까-?”


 나 역시 넘어가 볼까?

나는 침대 위에서 내려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남겨두자, 나는 네발로 기어 그의 앞에 도달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입술을 삼켰다. 
가벼운 키스는 격정적으로 치솟아 어느새 우리는 서로를 미친 듯이 탐하기 시작했다. 

서로가 달아오른 키스가 마무리되자, 그는 내게 대답했다.

“물론.”


연극은 끝났다. 자상한 척 속삭이던 남자와 순수한 척 대답했던 여자는 더 이상 온데간데없다. 그저 서로를 감추기 바빴던 나쁜 악당들만 남아있을 뿐.

 

더보기
그래, 맞아. 이건 병든 관계야. 가지치기로 잘라내야 하는, 그런 복잡한 감정이 실타래처럼 마구 영켜 있잖나. 둘 다 이상하게 맴도는 감정들을 완벽하게 정의하지 못 했고, 이건 후에도 큰 단어들로 뭉그려뜨려 덮을 게 분명해. 풀 수 없다면 잘라내야지. 그럼에도 모두와 그 잘라낸 후에도 잘 지내고 싶어 하는 건 순전히 내 이기적인 욕심이야. 나무는 또 저를 찾아오는 손님을 막지 않고 자리에 서 있어. 나그내는 이제 쉴 만큼 쉬었다면 자리를 정리하고 뜨겠지. 이런건 아직 완벽히 철 들지 못 한 사람들의 아이같은 면모와 어른의 시선이 얽혀 어지러워진 거야. 난, 그렇게 확신해.


믿지 마. 떠나. 쉽게 떠나기 힘들다면, 아주 쓰레기 처럼 굴고 쉽게 잊어 줄 수 있으니. 나중에, 아주 독한 담배 냄새에 내 생각이 떠올랐다면 아주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이라고 원망해. 그 때 즈음이면 난 깨끗하게 비워진 네 카테고리에서 이름 석 자와 물을 부운 수채화 그림 같게 번진 네 얼굴을 기억 할 테니깐.
728x90

'즐거운 > 문화>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팝송] Royal & the Serpent - Overwhelmed  (0) 2020.12.23
[가요] 안예은 - Havana  (0) 2020.12.17
[영화] 조용한 가족  (0) 2020.11.18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0) 2020.11.18
[가요] 마마무 - Aya 아야  (0) 2020.11.11

댓글